퇴고란?
좁게는 맞춤법에 맞게 어휘와 어구를 고치고 적절하게 문장을 가다듬는 것이지만, 크게는 작가의 의도를 정확하게 표현하고 독자에게 바르게 전달하려는 것이다. 시의 퇴고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시어 한두개만 바꿔도 시 전체의 미적감흥이 확연히 달라진다는 점이다.
이정록시인은 "좋은시는 단번에 독자의 미적감흥을 자극하는 스위치를 갖고 있다.시를 퇴고함에 있어 중요한 것은 한 시안에 이 스위치를 장치하는 일이요, 이 스위치를 조정하는 일이다. 이것을 나는 스위치론 이라고 말한다 어둡고 어수선한 초고의 방 내부에 스위치를 달고 전구를 갈아 끼우는 일이 넓은 의미의 퇴고인 것이다.
" 퇴고에 관한 고사성어를 새겨보면 그 의미를 더욱 잘 이해할수 있다. 퇴는 밀다 라는 뜻의, 고鼓는 두드린다는 뜻의 한자이다.
이웃이 적어 한가로이 살고
풀숲 오솔길은 황원으로 드네
새는 연못가 나무에 잠자리를 잡고
스님은 달빛 아래 문을 두드리네
그런데 마지막 구절의 `스님은 달빛 아래 문을............에서 민다(퇴)로 해야 좋을지, 두드린다(고)로 해야 좋을지? 여기서 그만 딱 멈춰버렸다. 그래서 작자 가도는 퇴, 고 두 글자만 정신없이 되뇌고 가던 중 타고 있던 말이 고관의 행차와 부딪치고 말았다. 10여명의 병사들이 작자 가도를 말에서 끌어내려 행차의 주인공인 당대의 대 문장가이며 우리로 치면 각도 관찰사인 한유 앞에 무릎꿀렷다. 한유 앞에서 가도는 먼저 길을 비키지 못한 연유를 솔직히 말하고 사죄했다. 그러자 한유는 노여워하는 기색 없이 잠시 생각하더니 "내 생각에는 퇴 보다는 고 가 좋겠네." 라고 말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가도와 한유는 둘도 없는 詩友가 되었고 스님이었던 가도는 환속까지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 왜 한유는 "퇴" 보다는 "고" 가 낫다고 했을까? 퇴를 사용하면 단순히 스님이 문을 밀고 들어가 잠자리에 드는 것으로 그치지만, 고를 사용하면 늦은밤 스님이 외딴집이나 낯선 암자로 찾아들어와 문을 두드리는 소리, 신을 끌고 나오는 동자승의 목소리, 설핏 잠이 들었다가 잠자리를 고쳐 앉는 새들, 또한 산짐승들도 몇번의 울음소리로 자기들의 영역을 확인하려 할것이다. 글자 하나가 바뀌면서 시속의 그림이 영화필름 돌아가듯 바뀌고 암자를 둘러 싼 공간 전체가 입체적인 소리통으로 바뀌는 것이다. 퇴고는 이런 것이어야 한다. 절차탁마(切磋琢磨)!!!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고치고 또 고치는 퇴고과정을 거치지 않고는 좋은 작품을 빚을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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