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스크랩] 밭 일
고운흙
2006. 2. 22. 01:42
햇살이 한 풀 꺽일 무렵 남편이랑 농기구를 챙겨(호미,삽,톱,꽃삽...정도요^^) 밭으로 갔답니다 보통은 일요일 오후에 가지만 지난 중에 모종한 고추모랑 토마토...등등이 잘 사는지 금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거든요 우리밭은 산과 산 사이에 있고 밑으로 층층이 논들이 있어서 모가 심어지면 눈에 꼭 차는 아름다운 정원같답니다 모종으로 심은 것들이 잘 살고 있데요 반가웠어요 게다가 어리버리하게 알아차리지 못하다가 둥굴레라는 걸 알아차린 옮겨심은 둥굴레도 풋풋하게 잘 살아있고 꽃송이가 하나,혹은 두개씩 맺혀 얼마나 이쁘던지요 독사풀이 가득한 밭을 갈때마다 뽑아버리곤 하는데 오늘은 작정하고 마음 먹은 곳까지 매기로 했답니다 남편은 밭위에 있는 계곡언저리에 아름드리 왕버들이 잘린 걸 보고 몇 주 전부터 안타까워 하다가 오늘은 통나무로 사용하겠다며 톱을 들고 가보더니 도저히 자기 힘으로는 꿈쩍 안한다며 낙심해서 돌아왔어요 검은등뻐국새가 여전히 듣기좋게 소리를 냈어요 가끔 청딱따구리도요 남편한테 아는체하기를 좋아하는 제가 확실하게 들리는 새소리를 설명해주니 몇 번째 듣는 소리임에도 또 감탄하더군요 밭에는 독새풀뿐 아니라 쑥과 쇠뜨기도 보이고 뻘쭘한 모양새가 사초과로 보이는 풀들이 새롭게 등장해 "여보,이런 사초과 풀은 얼른 뽑아버려야해,뿌리가 깊어 나중엔 뽑기가 더 어려울거야" "당신은 어떻게 모르는게 없어..." 하며 남편이 더더욱 감탄을 하더군요 칭찬받은 김에 얼마나 힘을 내서 밭에 풀을 뽑았는지 지금 오른쪽 팔이 아파 죽을 지경입니다 밭둑에 망초가 더부룩하게 자라 낫으로 잘라보겠다던 남편이 제가 좋아하는 찔레까지 가지를 베어 급한 나머지 제가 소리를 쳤지요 "여봇,잘린 찔레를 빨리 박앗" 낫질에 열 올린 남편이 느린 목소리로 "당신이 박지''" 하는데 어찌나 그 소리들이 웃기는지... 나이 든 부부가 부끄럽게 막 웃어댔답니다 그나저나 잘린 찔레를 옆에서 다시 꾹 심었는데 살겠지요? 아참,남편이 분홍색 찔레꽃을 한 송이 따와 제 귀뒤에 꽂아주며 선물이라고 했는데 분홍색 찔레도 피던가요? 겨우 두송이만 피었다고 해서 확인하러 가질 못했거든요 다음주엔 꼭 찾아 볼 생각이에요 찔레가 반쯤 피었으면 아카시 꽃이랑 찔레꽃으로 꽃차를 만들 참이었는데 우리밭 주변은 기온차가 있어서인지 아직 봉우리만 맻혔데요 팔도 아프고..허리도 뻐근한데 도련님네랑 맥주 약속이 있어 드라마 이순신이 끝나면 가자던 남편이 벌써 조르기 시작하는군요 얼른 립스틱만 바르고 맥주를 마시고 와야겠어요 셋째 도련님은 저랑 잘 통하고 동서는 남편이랑 잘 통하는데 도련님과 형수인 우리 팀이 실속없이 훨씬 화끈해서 남편이 우스개로 "뼥 투 더 베이직" 하며 놀리거든요 기본에 충실하라구요 살림 잘하라는 부탁이겠죠? 그럼 슬슬 나가서 맥주를 마시고 오겠습니다.. 토요일밤엔 취하는 것도 즐겁지요? 아참,모내기준비로 물을 채운 논에서 어찌나 요란하게 개구리들이 합창을 하는지 정신이 아득해졌어요 우리밭 수로엔 도룡용 올챙이가 바글거리고 풀들 사이로 청개구리,...얼룩개구리가 펄쩍 뛰는 바람에 번번히 놀랐답니다 | |
출처 : 밭 일
글쓴이 : 蓮堂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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