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어린이 글짓기 작품 심사 방법
어린이 글짓기 작품 심사 방법
서울 시내 학교
교장 백 민
Ⅰ . 머리말
어린이 작품을 심사할 때 기준을 어디에 두고 어떻게 심사할 것인가 우리들은 직면하게 되어 한번쯤 고민하는 경우가 있었을 것이다.
한편, 여러 심사위원들이 글짓기 작품을 심사할 때, 심사 위원들의 의견이 전적으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것은, 심사를 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여지저기 불려 다닌 사람은 누구나 경험했을 것이다. 주관적인 판단이 작용하므로 그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심사 위원 간의 의견 차가 너무 커서 그 간격을 좁힐 수 없는 경우가 있다. 본인도 몇 번 그런 경우를 경험했다. 그 때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사실 개인의 창작물을 놓고 잘되고 못됨을 따져 순서를 매기는 일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창작물은 개인의 경험과 사유의 소산물로 그 자체가 독특한 생명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어떤 기준을 정해 놓고 작품을 그 기준에 비추어 살핀다면, 그것은 개인의 개성과 독창성을 무시한, 작품이 지니고 있는 고유 생명에 대한 침해 행위로 볼 수 있다. 어떤 작품이 잘되었다고 느껴지든 그렇지 않든, 그 작품은 하나의 완전한 생명체로 존경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자의든 타의든 순서를 꼭 매겨야 할 경우가 많다. 행정적으로 지시되는 수많은 글짓기 작품 송부 요청의 경우가 그렇고, 행사를 위한 형식적인 글짓기 백일장의 경우가 그렇다. 이러한 경우 일반적으로 글짓기 작품을 읽을 때 긍정적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여러 요건들을 살펴봄으로써 어린이 작품을 이해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여 글짓기 작품을 심사할 때 작품 심사위원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Ⅱ . 작품 심사 요건
1. 산문
가. 주제(30점)
주제를 잡아내기 위해서는 먼저 글쓴이의 의도를 알아야 한다.
'글쓴이는 도대체 무엇을 이야기하려 했는가?'에서 '무엇'에 해당하는 것이 글의 주제가 된다. 글의 '주제'는 '중심 생각'이란 말로도 표현되는데, 글 가운데서 은연중에 분명히 드러나야 한다.
제목은 주제를 간접적으로 시사해 주므로 제목과 주제의 관계도 관심을 가지고 살펴볼 일이다.
글은 그 주제가 무거울수록 좋다. 얕은 꾀를 부려 겉만 번지르하게 다듬어 놓은 글은 주제가 무거울 수가 없다. 반면에 생활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솔한 글은 대부분 주제가 무겁다. 작품을 고를 때, 우선 무거운 주제를 가지고 있는 글에 후한 점수를 주어야 한다.
나. 표현(30점)
글은 지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냥 쓰는 것이다. 여기서 '지어내는' 것이 아니라 함은 글의 진실성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냥 쓰는' 것이라 함은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 나타냄을 의미한다. 특히, 어린이의 작품에서는 이 두 가지 요건 진실성과 순수성에 더 점수를 많이 주어야 한다.
따라서 작품을 살필 때 이 두 요소를 따져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과연 진실한 표현인가? 또한 꾸밈 없는 표현인가?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너무 정직한 글만 강조하다 보면 '한 일'만 나열한 글이 돋보이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런 글은 개인의 창작물로는 전혀 가치가 없는, 보고서일 뿐이다. 그래서 마땅히 '생각'이 담긴 표현의 글을 윗자리에 두어야 한다.
표현은 보통 직유에서 은유, 은유에서 상징의 순서로 발달한다. 직유의 표현은 천박한 인상을 주기 쉽고 상징은 자칫 난해한 표현이 되기 쉽다. 이를 십분 감안해서 적재적소에 적당한 표현 기법을 사용한 글을 골라야 한다. 그리고 추상적 설명보다는 구체적 이미지를 제시한 글이 더욱 값진 작품이다.
다. 구성(30점)
구성은 글을 글답게 하는 구실을 한다. 주제가 아무리 무거워도 구성이 산만하면 그 글은 살아나지 못한다.
좋은 구성은 주제를 향하여 생각이 모아진다. 또 단순하고 명쾌한 짜임으로 이루어져 있어 독자를 단번에 작품 속으로 빨아들인다. 이 이야기 저 이야기가 뒤섞이지 않아 글을 다 읽었을 때 선명한 인상을 받았다면, 그 글의 구성은 수준급이라 단정해도 무방하다.
라. 기타(10점)
위에서 언급한 내용이지만, 강조하는 뜻에서 몇 가지 더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① 생활 경험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썼는가?
② 글의 첫머리가 흥미를 끄는가?
③ 느낌이 들어가 있는가?
④ 이야기의 줄거리가 뚜렷한가?
⑤ 중심 생각이 잡히는가?
⑥ 적재적소에 대화하는 글을 넣었는가?
⑦ 문장이 짧고 표현이 간결한가?
⑧ 문법에 맞는 글인가?
⑨ 원고 쓰기는 틀리지 않았는가?
⑩ 원고 분량은 글의 주제와 줄거리에 비추어 적당한가?
2. 운문
가. 동시(시조)의 가치와 주제의식(20점)
운문 작품의 경우에는 동시나 시조, 동요의 내용의 가치와 주제의식을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지은이가 전달하려는 내용의 가치성 메시지가 얼마나 강렬하고, 글쓴이의 중심생각인 주제의식이 얼마나 잘 나타나 있는가를 심사하여 이 쪽에 더 후한 점수를 주어야 한다.
글의 주제는 글 가운데 은연중에 분명히 나타나야 한다. 제목은 주제를 간접적으로 시사해 고 있다. 그러므로 제목과 주제의 관계도 관심을 갖고 살펴보아야 한다.
나. 소재의 참신성(20점)
어떤 작품을 심사할 때는 소재의 참신성에 역점을 두고 있다. 특히, 운문 작품의 심사에 있어서는 관념적인 것보다 새로운 발견으로 신선한 느낌을 주는 소재에 더 후한 점수를 주어야 한
다.
다. 표현의 적절성(20점)
운문에 있어서도 산문과 마찬가지로 작품의 진실성과 순수성에 비중을 두고 살펴보아야 한다. 어린이는 어린이 다운 시어로 표현되어야 한다. 어른스러운 냄새가 나는 표현은 감점을 주는 것이 더 바람직 할 것이다. 또한 타인의 작품의 표절인가도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라. 시적 감동력(20점)
시를 심사할 때에는 글쓴이의 마음을 헤아려보고, 작품 내용이 전체적으로 따뜻한 마음이 잘 나타나 있는가, 글쓴이의 느낌과 생각이 조화있게 잘 나타나 있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즉 글쓴이의 느낌과 생각이 잘 나타난 작품은 생글(살아있는 글)이라 하고, 그렇지 않는 작품의 글을 사글(죽은 글)이라고 한다. 작품은 생글이 시적 감동력을 더 준다. 그러므로 시적 감동력이 강한 작품에 점수를 더 주어야 할 것이다..
마. 기타(20점)
위의 요건 외에 글의 맞춤법, 원고지 쓰기, 정서법 등 다음을 잘 살펴보고 심사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① 새로운 발견을 자연스럽게 썼는가?
② 글의 맞춤법이 잘 맞는가?
③ 원고 쓰기는 틀리지 않았는가?
④ 작품의 정서가 잘 되었는가?
⑤ 중심 생각이 잡히는가?
⑥ 메시지의 가치가 있는가?
⑦ 연과 행의 구성이 잘 되었는가?
Ⅲ . 맺는 말
지금 까지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좋은 글은 감동을 주는 글이다'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겠다.
사실 작품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감동이다. 독자를 감동시키지 못하는 글은 죽은 글이다. 감동은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서로 어우러져서 조화를 이룰 때 자연 발생한다.
위의 요건들을 충족시키는 글은 당연히 감동적인 글이 될 것이다.
풍부한 경험과 충분한 사색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는 감동적인 글을 쓸 수 없다.
어린이 작품을 심사할 때는 위의 요건들에 비추어 감동의 경중을 따지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먼저 그 어린이의 생활 환경과, 심리적 문화적 배경의 이해가 앞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