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평

전통적 글쓰기와 낯설게 쓰기 / 문무학

고운흙 2013. 8. 26. 10:25

 

<시평>

전통적 글쓰기와 낯설게 쓰기

문무학(시조시인)

 

 

신군자의 작품 배행은 자유롭되 어조를 통해 시조의 전형을 느끼게 한다

그녀의 시가 외형상의 배행이나 음수율을 파격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전통성이나 도덕성을 상실해가는 현실을 반영하기 위해서인 듯

두만강 푸른 물은 푸르지도 않았어

구름 한점 놓일 수 없는 하야니 야윈 가슴

웃음꽃

시든 지 오래인

어머니의 유골이었어

                                          신군자, '김정구의 두만강' 부분(첫째 수)

 

신군자의 작품들은 현대 사회의 비인간적은 생리를 드러내는 데 목적을

두고 있는 것 같다. 그녀의 시가 파격적인 것처럼 보이는 이유도 아마 이

와 상관있는 듯하다. 그녀의 시가 대개 기계주의적 인간상('속보'), 삭막

한 세상에서의 고뇌('북핵'), 방황하는 존재('혀주소') 등을 그림으로써

현실의 비관적인 모습을 그리되 '바다 편지' 처럼 원초적 인간 질서를 꿈

꾸는 데로 나아가고 있다. '김정구의 두만강'은 상막한 현실을 그리되 인

간다움의 세계를 배제하지 않음으로써 참으로 추구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를 고뇌하게 하는 작품이다.

신군자의 첫째 수에서 인간성 상실의 모습을 '어머니의 유골'로 비유하

고 '두만강 푸른 물은 푸르지도 않았어/구름 한 점 노닐 수 없는 하야니 야

윈 가슴'이라며 그 심각성을 구체적으로 표현해 놓았다. 그러면서 그녀는

둘째 수에서 '강 건너/고요한 마을 근황'이라는 전통적 정서를 배제하지

않고는 있으나. 그곳이 '바람도 알 수 없을 만큼' 오늘의 현실과는 너무 멀

리 떨어져 있음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더구나 '아이들'마저 "이 강 건너면

안돼요!"라고 말함으로써 전통적 정서나 그리움의 고향과는 거리가 먼 세

계를 살고 있음을 표현함으로써 미래마저 희망적이지 못함에 절망하고 있

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 절망감은 현실에서 극복되어야 할 과

제가 무엇이가를 역설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詩評-김연동

 

 

얼마 전 막을 내린 시드니 올림픽에서 두드러진 점 중의 하나가 여성의 급부상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라서 메달을 따는 데 여성들의 활약이 역시 돋보였다. 시조문학가을호에 14인의 여성 단시조 특집을 엮고 있다. 한국의 여성들에게 있어 시조는 고시조에서부터 황진이를 비롯한 많은 시인과 빼어난 작품들로 우리에게 자긍심을 갖게 하였던 바다. 이번 특집의 작품들은 모두가 메달 감이라고 하겠다. 그 중 공감되는 몇 편을 다시 옮겨 보고자 한다.

 

촛불 하나 밝혀 놓고 K시인의 시를 읽는다

시인 홀로 사는 집은 저녁 바람만 와서 논다'

우리 집 구석구석에는

촛불도 와서 뛰어 논다. ―「시인의 집단수 1

 

신군자는 정형인 시조를 편안하게 쓴 좋은 예라 하겠다. 지난 월평에서도 시조는 서정 시대의 중심에 서야하고 그 한복판에 단수가 자리하여야 한다는 요지의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예시는 단시조의 운신 폭을 넓히고 있는 작품이라 하겠다. 바람만 사는 집과 촛불도 와서 뛰노는 시적 자아의 집과의 대비를 통해 자아의 처지가 K시인의 고독 위에다 갈구의 기도 하나를 더 얹어 놓았음을 시사하고 있다. 재치가 돋보이는 작품이라 하겠다. 하지만 굳이 영문자를 표기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