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국화차

고운흙 2008. 8. 9.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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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가을이 오면 빼놓을 수없는 가을여행....
어쩌다 못 가게 되는 해엔 일년내내 서운한 마음 풀지못하는 단풍나들이를 떠났다.
오붓한 단 둘만의 여행이 아니라 43명 단체여행이었지만,
그런대로 함께 하는 여유와 즐거움에 싫컷 웃을 수있어 좋았다.
버스 안에서는 노래와 빙고게임 등.. 꼼짝못하고 모든 것에 공유해야만 하는
관광버스만의 장점이자 매력(?)이랄까?
목적지는 경남 김천에 있는 그 명성 자자한 '직지사'....
어느 절이나 가보면 으례 절 입구에 길게 두 줄로 나열되어 있는 장사들을 본다
말린 산채나물, 따뜻하게 찐 옥수수, 각종 잡곡들, 찐쌀, 각종 약재들, 칡즙,
몬생긴 모과, 빨강홍시, 사주보는 할배, 찐고구마, 도토리묵 할매, . . . . . 휴우~~~~~~~~~!
시골장터를 방불케 하는 너무나 향토적인 풍경에 고향의 향취를 만끽하도록
도시인들의 정서를 자극하는 그 많은 물건들을 어찌 다 나열하리오?
떨어져 발밑에 밟히는 낙엽보다도 더 많은 잡다한 계절 물건들....그리고 장사꾼들....
가을풍경을 한층 더 풍성하게 해주었다.
문득 우리 일행 중 무지 짖궂은 남자샘 한 분이 사주나 손금보는 돗자리에
너무도 자연스럽게 가부좌를 틀고 앉으시더니
"..자아.. 사주나 손금봅니다아....!"
너무나 천연덕스러운 그 분의 행동에 웃음을 참지못하며 냉큼 손을 내미는 나!
손을 만지작 만지작...구경하던 주변 일행들 왁자왁자한다 "손 그만 만지라고.." ㅎㅎㅎ
" 으음 ... 무조건 이 오빠만 믿으면 만사형통하리라...." ㄲㄲㄲㄲㄲㄲㄲㄲ
갑자기 좌중에서 웃음이 터져나오는 그 때 갑자기
"지금 여기서 모하요....?"
에구 쑥시러버라~~~!
"복채는 안받았는데요...!"
하시면서 벌떡 일어서는 그 분은 온 몸 전체가 장난끼로 똘똘 뭉쳐있는 모 고등학교 국어선생님ㅎㅎ

그렇게 웃고 떠들어가면서 주욱 물건들을 구경하다가 드디어 내 시선을 잡고 놓지 않는 그 무엇?
할머니의 좌판에 한 줌 씩 묶여 있는 샛노란 소국묶음....일명 감국이었다
"할머니 감국이네요?
"이 꽃을 그늘에 말려서 국화차 맹글어 마셔보시소. 몸도 따시고...."
국화꽃이라고는 하나 꽃 한 송이가 콩알보다 더 작은 귀여움에 반해버렸다.
이리 저리 향기를 맡아 보고 있는 내게
"쌤? 제가 하나 사드릴게요"
옆에 따라다니면서 곰살맞게 굴던 후배하나가 얼른 두 묶음을 사서 가방에 넣는다.
이런 건 꼭 내가 사서 후배에게 주고 싶다며...
그래야 더 향기가 나는 법이라는 내 말에 후배는 기양 막무가내다...
저도 누구에게 사주면서 향기를(?) ...운운 하면서....

이렇게 싱싱하고 향기로운 가을꽃 한 묶음을 안고 뿌듯한 늦은 밤 귀가....
혹시 이것도 중국산은 아닐까? 하는 약간의 의구심을 흐르는 물에 열심히 씻어내렸다
가위로 줄기를 모두 떼어내고 넓은 쟁반에 신문지 깔고 그 위에 마른행주 깔고
젖은 국화꽃을 얇게 펼쳐놓고 보니 꽤 많았다.
굉장히 행복한 마음으로 갈바람 솔솔 들어오는 창가에 놓아두었었다..
며칠 후 한 번 뒤집어놓았다. 많이 말라 있었다.
국화차는 깨끗하고 신선한 국화꽃만 있음 아주 간단했다.
인터넷에서는 꿀에 재우라고 했지만. 난 그냥 맑은 차를 마시고 싶었다.

그리고 며칠 지난 오늘,
바싹마른 국화꽃을 예쁜 유리병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하였다.
직장에 가지고 가서 우리방에 오시는 분들에게 한 잔 씩 자랑하며 대접해야지.
나는 제일 아끼는 예쁜 찻잔에 바싹 마른 국화꽃 대여섯개를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노랗게 우려낸 차를 마신다.
말라서 동그랗던 국화꽃잎이 가만히 피어나는 모습 또한 일품이다.
쌉싸름한 국향에 빠져보는 휴일....
하루가 짧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