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어느 벗의 집을 다녀와서

고운흙 2008. 8. 22. 22:06


그 날
울너머 고고한 백목련 한송이를 보았습니다

그 안에 숨어 흐르는 그 안온함이 무엇인지?
그 투명한 유리창만으로는
정녕 다 투시해볼 수 없는,

마른 갈대밭에서 너울거리는 헝겊쪼가리 같은
내 가슴으로는 아무래도 다 느껴볼 수 없는,

차운 석양물에 젖어 오래 마르지 않을
내 마음으로는 다 씻어 내릴 수 없는,

숨소리도 박자를 맞추어야 할 것 같은
내 호흡 내가 들여 마시고 싶은 고요.

걸음걸이 하나도 눈금에 맞춰 걸어야 할
흐트러짐 하나 없는 그 정갈한 질서
탄탄한 벽과 벽들의 완벽한 관계

차마
'사랑'이라는
그 허약하고 낮은 목소리가 아닌...

그 날
음악과 시와 눈길 마주치는 그 빛이
더 없이 감미로운
울 너머 고고로운 백목련 한 송이를 보았습니다.

한 발 한 발 뒷걸음질치는 나를
조심조심 뒤따라 가던

나,
어느 날...

 

<고운 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