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군자 시집 ‘허공을 허물다’를 중심으로.
북 핵 /신군자
구름 낀 하늘 저 편
시간은 갇혀 칠십 여년
눈빛은 비수를 갈고
둥지는 안으로 삭아
끝내는 부하하지 못할
무정란을 품고 있네
강 건너 안개 속은
굳게 닫힌 금지의 땅
두 눈을 부릅뜨고
두 주먹 불끈 쥐고
부풀다 터져버리고 말
풍선만 불고 있네.
時調는 時節만 노래하는 것이 아니고 그 時代를 노래한다.
수많은 고시조를 보면 알 수 있다. 우리는 종종 삶의 현장을 외면하고 시절만 노래하고 지냈는지 모른다. 삶의 환희 비애 고통 같은 것들이 주종을 이루는 시의 군무 속에서 드물게 보는 시대정신을 이 작품에서 볼 수 있다. 구태여 남여를 구분해서 말하지 않더라도 대체적으로 현실을 노래하는 경우가 드물다. 어쩌면 이런 것들이 시조문학을 외면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신군자의 북핵은 우리나가 처해있는 해결 되어야 할 정치적 군사적 문제이며 국제적인 숙제이기도 한데. 시조라고 하는 그릇으로 훌륭하게 담아내고 있다. 자칫 구호에 그치거나 딱딱하게 굳어 버리기 쉬운 주제를 뛰어난 임펙트로 주제를 한껏 살리고 있다.
‘끝내는 부화하지 못할 /무정란을 품고 있네’
‘부풀다 터져버리고 말/풍선만 불고 있네.
이와 같은 종장 처리가 그렇다. 남북문제 환경문제 떨어진 도덕문제 핵가족 문제 등등 산재한 우리 주변의 글감이 소외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신군자의 북 핵은 매우 용감하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연관된 작품이 또 있다.
소포
소포가 왔다
눈이 내리고
용수철 튀는 내 관절
아다모*는 진종일
하얀 눈을 노래하고
안개꽃
가득히 내리는
그리움의 춤사위다
포켓 속 작은 안부
긴 작별
예감인가
꽁꽁 언 창틈으로
눈바람 새어들고
땀 절은
옷가지 속에서
군화 소리 들린다.
*이탈리아의 작곡가이자 발라드 가수.
북 핵과 맞서 싸우는 우리의 국군이 되어 군에 입대한 아들이 보내 온 사복을 받으면서 쓴 어머니의 심정을 쓴 시조다. ‘안개꽃 가득히 내리는 그리움의 춤사위’가 ‘땀 절은 옷가지 속에서 군화 소리 들린다’고 했으니 아들을 전선에 보낸 어머니의 마음이 당당하다.
신군자의 시조가 어떻게 남다른가에 대한 예문으로 한 편만 더 보기로 한다.
밥을 먹이며
오늘도 어김없이 나에게 밥을 먹인다
낙엽 쓸던 바람이 귀뚤귀뚤 울어대면
한 잔의 알코올보다 더 쓴
모래밥을 퍼 먹인다
숟가락 은빛소리가 우수에 차오를 때면
봉분처럼 소담한 밥 한 술 입에 넣고
등마루 해넘이 하듯
순간을 삼켜버린다
내 더욱 울컥울컥 목구멍이 뜨끈한 날
채워지지 않는 나와 비워지지 않는 나의
몇 만 리 아직 남았음직한
강물 꽁꽁 얼고 만다
사람냄새 한 점 없는 벽과 벽들의 공간
그래도 등이 따순 두어줄기 햇살을 얹어
무언의 약속을 위해
내 생의 밥을 먹인다.
얼마나 삶이 고달프다고 생각을 하면 자신이 먹는 밥마저 먹인다고 했겠는가. 지금까지 밥 먹는 이야기는 수 없이 읽어 봤지만 자신이 자신의 목숨을 그나마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먹인다 라고 쓴 시는 만나보지 못 했다. 대단한 발상의 전환이다. 네 수로 이어진 작품이지만 내가 나에게 밥을 먹인다는 문장 하나만 갖고도 명품이다.
그는 그만큼 외롭고 쓸쓸하게 살아가고 있는갑다.
사람의 행복이란 것이 어찌 경제적으로만 가늠할 수가 있겠는가. 작품의 분위기로 봐서는 식구들이 다 흩어져 가고 혼자 있는 것 같다. 채워지지 않는 나와 비워지지 않는 나의 몇 만 리 아직 남았음직한 강물 꽁꽁 얼고 만다 라고 했으니 말이다.
ㅇ ㅇ ㅇ
무엇이 채워지고 비워지겠습니까. 그냥 다 그렇게 살고 있답니다. 살아 있어서 살고 있는 사람도 있고 죽지 못해서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는데 다 같은 말입니다. 그냥 사는 겁니다. 그냥 살아가되 열심히 사는 겁니다. 오직 나를 위해서 나에게만 투자를 하고 내가 나를 사랑하면서 말입니다. 지금 책상 위에 있는 오백 원짜리 동전을 뒤집어 보니까 날아가는 큰 새가 그려져 있습니다. 마음을 뒤집고 큰 새가 되어 날아 보아요. 서울에 한 번 오세요. 따듯한 고봉밥 한 그릇에 영광굴비를 구워서 내는 좋은 식당이 있어요. 밥 한 번 먹여 줄게요.-글. 김문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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