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평

신군자 시조 읽기 / 김문억

고운흙 2024. 9. 10. 21:53

 

-신군자 시집 허공을 허물다를 중심으로.

 

 

북 핵 /신군자

 

 

구름 낀 하늘 저 편

시간은 갇혀 칠십 여년

 

눈빛은 비수를 갈고

둥지는 안으로 삭아

 

끝내는 부하하지 못할

무정란을 품고 있네

 

 

강 건너 안개 속은

굳게 닫힌 금지의 땅

 

두 눈을 부릅뜨고

두 주먹 불끈 쥐고

 

부풀다 터져버리고 말

풍선만 불고 있네.

 

時調 時節만 노래하는 것이 아니고 그 時代를 노래한다.

수많은 고시조를 보면 알 수 있다. 우리는 종종 삶의 현장을 외면하고 시절만 노래하고 지냈는지 모른다. 삶의 환희 비애 고통 같은 것들이 주종을 이루는 시의 군무 속에서 드물게 보는 시대정신을 이 작품에서 볼 수 있다. 구태여 남여를 구분해서 말하지 않더라도 대체적으로 현실을 노래하는 경우가 드물다. 어쩌면 이런 것들이 시조문학을 외면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신군자의 북핵은 우리나가 처해있는 해결 되어야 할 정치적 군사적 문제이며 국제적인 숙제이기도 한데. 시조라고 하는 그릇으로 훌륭하게 담아내고 있다. 자칫 구호에 그치거나 딱딱하게 굳어 버리기 쉬운 주제를 뛰어난 임펙트로 주제를 한껏 살리고 있다.

 

끝내는 부화하지 못할 /무정란을 품고 있네

부풀다 터져버리고 말/풍선만 불고 있네.

 

이와 같은 종장 처리가 그렇다. 남북문제 환경문제 떨어진 도덕문제 핵가족 문제 등등 산재한 우리 주변의 글감이 소외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신군자의 북 핵은 매우 용감하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연관된 작품이 또 있다.

 

 

소포

 

 

소포가 왔다

눈이 내리고

용수철 튀는 내 관절

 

아다모*는 진종일

하얀 눈을 노래하고

 

안개꽃

가득히 내리는

그리움의 춤사위다

 

포켓 속 작은 안부

긴 작별

예감인가

 

꽁꽁 언 창틈으로

눈바람 새어들고

 

땀 절은

옷가지 속에서

군화 소리 들린다.

*이탈리아의 작곡가이자 발라드 가수.

 

북 핵과 맞서 싸우는 우리의 국군이 되어 군에 입대한 아들이 보내 온 사복을 받으면서 쓴 어머니의 심정을 쓴 시조다. ‘안개꽃 가득히 내리는 그리움의 춤사위 땀 절은 옷가지 속에서 군화 소리 들린다고 했으니 아들을 전선에 보낸 어머니의 마음이 당당하다.

 

신군자의 시조가 어떻게 남다른가에 대한 예문으로 한 편만 더 보기로 한다.

 

 

밥을 먹이며

 

오늘도 어김없이 나에게 밥을 먹인다

낙엽 쓸던 바람이 귀뚤귀뚤 울어대면

한 잔의 알코올보다 더 쓴

모래밥을 퍼 먹인다

 

숟가락 은빛소리가 우수에 차오를 때면

봉분처럼 소담한 밥 한 술 입에 넣고

등마루 해넘이 하듯

순간을 삼켜버린다

 

내 더욱 울컥울컥 목구멍이 뜨끈한 날

채워지지 않는 나와 비워지지 않는 나의

몇 만 리 아직 남았음직한

강물 꽁꽁 얼고 만다

 

사람냄새 한 점 없는 벽과 벽들의 공간

그래도 등이 따순 두어줄기 햇살을 얹어

무언의 약속을 위해

내 생의 밥을 먹인다.

 

얼마나 삶이 고달프다고 생각을 하면 자신이 먹는 밥마저 먹인다고 했겠는가. 지금까지 밥 먹는 이야기는 수 없이 읽어 봤지만 자신이 자신의 목숨을 그나마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먹인다 라고 쓴 시는 만나보지 못 했다. 대단한 발상의 전환이다. 수로 이어진 작품이지만 내가 나에게 밥을 먹인다는 문장 하나만 갖고도 명품이다.

그는 그만큼 외롭고 쓸쓸하게 살아가고 있는갑다.

사람의 행복이란 것이 어찌 경제적으로만 가늠할 수가 있겠는가. 작품의 분위기로 봐서는 식구들이 다 흩어져 가고 혼자 있는 것 같다. 채워지지 않는 나와 비워지지 않는 나의 몇 만 리 아직 남았음직한 강물 꽁꽁 얼고 만다 라고 했으니 말이다.

                                ㅇ                      ㅇ                     ㅇ

무엇이 채워지고 비워지겠습니까. 그냥 다 그렇게 살고 있답니다. 살아 있어서 살고 있는 사람도 있고 죽지 못해서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는데 다 같은 말입니다. 그냥 사는 겁니다. 그냥 살아가되 열심히 사는 겁니다. 오직 나를 위해서 나에게만 투자를 하고 내가 나를 사랑하면서 말입니다. 지금 책상 위에 있는 오백 원짜리 동전을 뒤집어 보니까 날아가는 큰 새가 그려져 있습니다. 마음을 뒤집고 큰 새가 되어 날아 보아요. 서울에 한 번 오세요. 따듯한 고봉밥 한 그릇에 영광굴비를 구워서 내는 좋은 식당이 있어요. 밥 한 번 먹여 줄게요.-. 김문억.

 

'시조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후감<윤춘택 소설가님>  (0) 2021.12.15
백일장 심사평  (0) 2019.05.04
한국 현대시의 형상성과 풍경의 깊이 / 저자 임환모 교수 (전남대)  (0) 2015.04.07
제야의 종  (0) 2015.01.17
바다편지 / ?  (0) 2014.06.12